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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7-18 13:46
정은경 미술평론: 백인교작가론_공간을 디자인하는 색채의 연금술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  

“공간을 디자인하는 색채의 연금술” -글 정은경(출처:김해플레이아크 백인교작가평론)


백인교는 컬러리스트이자 설치미술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여성미술가이다. 도예를 전공했지만 작업에 주로 사용되는 매체는 흙이 아니라 다양한 컬러의 실과 바늘이다. 여성미술가가 실과 바늘로 천을 꿰매고 이어붙이는 작업을 한다고 하면 대체로 에바 헤세(Eva Hesse 1936-1970)나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같은 여성주의 미술가들의 작업과 연결시켜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미술로 생각하기 쉽다.

백인교의 설치작업에 치유적인 성격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치유와 회복이 백인교 미술의 핵심이라고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작업의 결과물이나 매체는 여성주의 미술의 거장인 에바 헤세나 루이스 부르주아와 결이 같아 보이지만 출발점과 지향점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캔버스와 붓을 대체할 매체로써 실과 바늘에 주목해서 꿰매고 잇는 작업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캔버스를 찢어서 공간을 확장했던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 나 보따리 작가, 김수자(1957~)의 작업과 연결된다.

백인교는 색실과 천으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설치미술가이기 이전에 도예가이다. 그녀가 도예를 전공한 이유는 흙을 만지는 느낌이 좋아서이다. 실과 바늘로 설치작업을 하는 지금도 도예작업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그토록 흙을 좋아하는 백인교가 실과 바늘을 가지고 설치작업을 하게 된 이유는 실이 가진 가볍고 부드러운 속성 때문이다. 석사과정을 미국에서 했던 백인교는 일찌감치 미국 화랑 소속으로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전시활동을 했다. 해외전시를 하면서 작품 무게는 운송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흙은 가볍지만 불을 만나면 단단해지고 무척 무거워지며 전시공간에 제한을 받는다. 반면에 실과 천은 가볍고 공간의 제한을 덜 받으며 흙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갖는다. 색실 몇 묶음만 가지면 언제 어디서나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미술세상을 보여줄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백인교의 작가노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색은 그 고유의 의미를 가진다.
두 가지 색은 조화를 이룬다.
세 가지 색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백인교의 작가노트 중에서-

이 세 문장이야말로 백인교 미술을 가장 잘 표현해 준다.

2015년 11월 어포더블아트페어 싱가포르(Affordable Art Fair Singapore)에 우리 화랑(EK아트갤러리)이 참가하게 되면서 백인교 작가를 초대했다. 갤러리 섹션에서는 그녀의 평면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했고 설치미술 섹션에서는 그녀의 설치작업을 보여줬다. 이때 보여준 설치작품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백인교 작가를 안지 몇 개월 되지 않은 무렵이라서 작업의 스펙트럼을 다 알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다. 설치 부스 안에는 고작 색실 실타래 몇 개가 전부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가늘고 연약한 색실이 또 다른 색실을 만나 조화를 이루고 또 다른 색실을 만나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그때 보여준 설치작업의 타이틀이 <신기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싱가포르 관객들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콜렉터들은 앞다투어 백인교의 실로 만든 페브릭 작품들을 소장했다.

2016년 우리 화랑에서 있었던 백인교의 개인전 <백일몽>을 통해서 좀 더 작업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어서 수차례의 그룹전과 해외아트페어에 함께 하면서 그녀의 신작을 만날 수 있었다. 시종일관 백인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의 실로 유쾌하고 즐겁게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었다. 컬러리스트 기사 국가자격증을 땄다는 소식을 전하며 해맑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색채에 있어서 전문가라는 자신감이 묻어나는 웃음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신나는 빛깔마당>을 비롯해서 그동안 수많은 미술관에서 보여준 백인교의 설치작업에서 보이는 특징 중에 하나는 어린이들이 직접 만지고 앉을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미술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에게 최적화된 설치미술을 보여주는 국내 유일한 작가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어린이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설치미술을 하게 된 배경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유치원에서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접한 놀이로서의 미술활동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콜라주는 유년기 아동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미술활동이다. 출발점이 유년기의 유치원에서의 즐겁고 신나는 미술활동이기 때문에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에바 헤세나 루이스 부르주아처럼 상처받은 어른의 내면을 치유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미술과 완전히 결이 다르다.

백인교의 회화적인 목표는 실과 바늘을 붓 삼고 천을 캔버스 삼아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면에서 입체로 확장하여 유쾌하고 따뜻한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되며 어른들에게는 일상에 지쳐서 잃어버린 유년기의 자유분방한 세계로 되돌아가는 통로가 되는 공간이 된다. 백인교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색채의 연금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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